리스크 기반 여신·디지털 채널로 차별화…법인 전환 후 10개 거점망 확충 목표
베트남 금융시장이 연 7%대 경제성장률과 두 자릿수 신용(대출) 증가세를 보이며 팽창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IBK기업은행이 '중소기업(SME) 전문 정책은행'으로서의 강점을 앞세워 현지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베트남 국영상업은행이 시장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한 과점 체제 속에서도, '책임금융' 원칙과 리스크 기반 여신 역량을 무기로 틈새를 파고드는 전략이다.
이 같은 전략에 힘입어 IBK기업은행 베트남은 2020년 5% 미만이던 로컬기업 대출 비중을 최근 23%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현재 막바지에 다다른 법인 전환 이후에는 공단 중심 점포망과 디지털 여신 채널을 결합한 '효율형 하이브리드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베트남 금융시장, '고성장+과점' 이중 구조
베트남 은행산업은 높은 성장성과 견조한 자산 건전성을 동시에 갖춘 시장으로 평가된다. 베트남 중앙은행(SBV)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신용성장률은 약 11%, GDP 성장률은 7%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시장은 여전히 국영상업은행 중심의 과점 구조다. BIDV, VietinBank, Vietcombank, Agribank 등 4대 국영상업은행이 시장의 절반을 저유하고 있으며, 외국계 은행이 10% 내외를 나눠 갖는 구조다. 기업대출 중심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중소기업 대상 금융서비스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여기에 베트남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은행별 신용성장 한도'를 폐지하면서 경쟁은 한층 격화됐다. 신용성장 한도는 그간 은행의 자본 건전성에 따라 부여되던 일종의 대출 총량 규제다. 자본건전성에 따라 대출 총량을 제한하던 규제가 사라지자 은행들이 자금 공급 확대에 나섰고, 외국계 은행들 역시 공격적인 금리 전략과 디지털 서비스로 시장 점유율 확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한국·일본·싱가포르 기업이 베트남 제조업·서비스업에 대거 진출하면서 현지 은행들이 '한국데스크'를 잇따라 설치하고 있다. 그만큼 한국계 은행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으며, 현지 영업 기반과 리스크 관리 역량이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SME 특화 정책금융' DNA로 현지 시장 공략
IBK기업은행은 1961년 설립 이후 60년 넘게 중소기업을 핵심 고객으로 삼아온 정책금융기관이다. 이 'SME 특화' 경험을 베트남 시장에 이식해 현지 중소기업을 위한 전문 금융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다.
IBK기업은행은 2020년 이후 베트남 현지 중소기업 대출을 집중적으로 확대하며 로컬기업 대출 비중을 23%까지 끌어올렸다. 초기에는 한국계 진출기업 중심으로 영업했지만, 최근에는 이들과 거래하는 베트남 협력업체(벤더)로 고객군을 확장하고 있다.
박경일 베트남법인설립단 본부장 겸 하노이지점장은 "IBK기업은행의 경쟁력은 단순한 자금 지원이 아니라 기업의 성장 단계별로 맞춤형 금융을 설계할 수 있는 역량"이라며 "현지 시장에 정책금융의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IBK기업은행은 국내에서와 마찬가지로 '책임금융' 원칙을 바탕으로 대출의 질적 성장을 추구한다. 과도한 대출 확장이 아닌, 거래 신뢰와 리스크 기반 심사를 통해 중소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원한다는 목표다.
◆'목적형 여신'과 '디지털 접점' 병행한 맞춤 전략
IBK기업은행은 베트남의 제도적 특성을 반영해 '목적형 대출'과 '결제성 여신'을 결합한 맞춤형 금융 솔루션을 운영 중이다. 베트남의 여신 제도는 대출 목적을 명확히 증빙해야 하며, 자금이 실제 용도로 사용되는지를 은행이 직접 확인해야 한다. 대부분의 대출금은 차주가 아닌 납품처(거래업체)에 직접 지급되며, 자금 흐름의 투명성이 제도화돼 있다.
IBK기업은행은 한국에서 축적한 여신 운용 노하우를 현지에 이식해 운전자금의 목적 외 사용을 방지하면서도 기업의 유동성을 적시에 지원하고 있다. 이는 단기 수익보다 중장기 거래 신뢰를 중시하는 IBK기업은행의 금융철학과 맞닿아 있다.
채널 전략에서도 차별화가 두드러진다. IBK기업은행은 영업점 단위로 QR 기반 이체서비스를 가장 먼저 도입한 외국계 은행 중 하나다. 베트남 국민의 평균 연령은 33세로 비교적 젊은 편인데다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로 디지털 결제 확산 속도가 빠르다.
IBK기업은행은 이러한 환경에 맞춰 모바일·비대면 여신 채널을 확충하고, 법인 전환 이후에는 '지점은 공단 중심, 거래는 디지털' 구조로 영업 효율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현지 핀테크 기업과의 제휴도 검토 중이다.
◆리스크·준법·공단 거점…'SME 허브' 구축 박차
베트남 금융시장은 외형 성장과 함께 리스크 관리 체계의 정착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추후 법인 전환을 계기로 리스크관리위원회·AML(자금세탁방지)위원회 등 준법조직을 포함한 약 50명 규모의 본부 체계를 신설할 계획이다.
한국 본점과 현지 심사부서가 병행하는 '투트랙 심사체계'를 구축해 신용정보 불균형을 최소화하고 로컬기업의 재무 신뢰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이는 국내에서 축적된 리스크 모델을 현지 여건에 맞게 조정한 형태다.
환율 리스크 관리도 강화하고 있다. 베트남은 관리변동환율제를 운영해 급격한 변동은 제한적이지만, 달러 강세나 교역 구조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기업은행은 외환 포지션 한도를 보수적으로 운영하고, 본점과 연계한 대손충당금 관리로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국영상업은행 VietinBank와 협조금융, 삼성화재와의 방카슈랑스 제휴 등 다양한 협업을 통해 리스크 분산과 고객 기반 확대를 동시에 도모한다. 향후에는 현지 리스·팩토링사와의 연계도 검토 중이다.
IBK기업은행은 향후 3~5년 이내에 공단 중심 10개 내외의 거점 지점망을 확보하고, 현지 중소기업 생태계 전반으로 영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단순히 한국계 대기업 협력업체를 넘어 현지 유망 SME와 협력사 네트워크로 확장해 '중소기업 금융 허브' 역할을 수행한다는 구상이다. 개인금융은 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선별 제공해 비용 효율성을 유지한다.
박 본부장은 "IBK기업은행은 베트남 시장에서 단순한 외은 지점을 넘어 '현지 SME 대표은행'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디지털 인프라와 리스크 관리 역량을 결합해 중소기업 성장의 동반자로 자리할 것"이라고 밝혔다.